전생 이야기
그대는 세종 23년, 한양 운종가 끝자락의 한 중인 가문에서 태어났소. 그대의 아버지는 관상감의 서리였고, 어머니는 글을 알고 별을 좋아하던 여인이었소. 어릴 적부터 그대의 잠자리는 마당이었소. 어머니는 그대를 무릎에 누이고 별자리를 가르쳐 주었소. 다섯 살에 북두칠성을 알았고, 일곱 살에 이십팔수를 외웠소. 사람들이 그대를 신동이라 했으나, 그대는 별이 좋아 별을 보았을 뿐이었소. 어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별은 살아 있었소. 견우와 직녀가 한 해에 한 번 만나는 그 다리, 북두 일곱 별이 임금을 둘러싸고 도는 그 모양 — 그 모든 것이 그대의 첫 책이었소. 열셋에 관상감의 생도로 들어갔소. 그곳에서 그대는 처음으로 천문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님을 배웠소. 별의 움직임은 시간을 만들고, 시간은 농사를 만들고, 농사는 백성을 살린다는 것을. 그대의 어깨가 처음으로 무거워진 순간이었소. 스물에 그대는 천문관이 되었소. 매일 밤 누각에 올라 천문을 살피고, 새벽이면 임금께 그날의 별을 아뢰었소. 그대의 글이 임금의 책상에 닿았소. 세종은 별을 사랑한 임금이었소. 그대를 자주 불러 별의 움직임을 물었고, 그대는 정직하게 답했소. 서른 즈음, 그대는 자격루의 제작에 참여했소. 물시계 하나로 한양의 모든 시간이 정해지던 그 위대한 발명에, 그대의 손이 보태어졌소. 그대가 천문에서 읽어낸 시간이 자격루의 종소리가 되어 도성에 울려 퍼질 때, 그대는 한 번 깊이 절을 올렸소. 별과 사람을 잇는 자, 그것이 그대의 자리였소. 그러나 천문관의 길은 외로웠소. 그대는 사람보다 별과 더 오래 있었고, 사람의 말보다 별의 침묵이 더 익숙했소. 그대는 평생 한 사람을 마음에 두었으나, 그 사람은 별을 보는 그대를 이해하지 못했소. 그대는 결혼하지 않았소. 다만 매년 칠월 칠석이면, 그대는 견우직녀를 보며 한 잔의 술을 따랐소. 마흔이 되던 해, 일식이 있었소. 그대는 그것을 정확히 예측했고, 임금은 그대에게 큰 상을 내렸소. 그러나 그대의 마음은 무거웠소. 일식은 천변(天變)이었고, 그것은 임금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오. 그대는 임금 앞에서 무릎 꿇고 천문의 의미를 아뢰었소. 임금은 그대의 정직함을 칭찬했소. 그러나 그대는 알았소. 별의 진실을 말하는 자의 길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마흔다섯의 어느 가을, 그대는 평소처럼 누각에 올라 별을 보다가 그대로 잠들었소. 새벽에 동료가 올라왔을 때, 그대의 눈은 닫혀 있었으나 손에는 작은 종이가 쥐어져 있었소. 거기에는 그대의 마지막 글이 적혀 있었소. "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대의 죽음은 임금에게 알려졌고, 임금은 짧은 글을 내려 그대를 추모했소. 그대가 평생 본 별의 기록은 후일 『천문류초』의 일부가 되었고, 조선의 천문학을 받쳐주는 한 기둥이 되었소. 그대는 별과 함께 살았고, 별과 함께 떠났소. 그대의 영혼은 지금도 어느 밤하늘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을지 모르오. 누군가 그 별을 올려다볼 때, 그대는 다시 그 사람의 마음에 별이 되어 떨어지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