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이야기
그대는 영조 12년, 한 중인 가문에서 태어났소. 그대의 아버지는 도화서의 화원이었고, 그대의 어머니는 자수에 능한 여인이었소. 그대가 태어난 집은 늘 먹과 물감 향기로 가득했소. 그대의 첫 장난감은 작은 붓이었소. 세 살에 그대는 종이 위에 처음으로 꽃을 그렸소. 다섯 살에 새를, 일곱 살에 사람을. 그대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그대의 그림을 칭찬하지 않았소. "기교는 쉽지만 마음을 담는 것은 어렵다"라고만 말했소. 그대는 그 말을 평생 잊지 않았소. 열셋에 그대는 도화서의 생도가 되었소. 그곳에서 그대는 처음으로 진짜 그림을 배웠소. 산수, 인물, 화조 — 그 모든 것에는 법도가 있었으나, 그 법도 안에서 자신의 영혼을 담는 것이 진짜 기예였소. 그대는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그림을 그렸소. 스물에 그대는 화원이 되었소. 그대의 첫 임무는 의궤(儀軌)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소. 임금의 행차, 왕실의 혼례 — 그 모든 것을 그대의 손으로 기록했소. 그것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역사였소. 그대는 한 점도 소홀히 하지 않았소. 스물여덟이 되던 해, 그대는 어진(御眞)을 그릴 기회를 얻었소. 임금의 초상을 그리는 것은 화원 최고의 영예였소. 그대는 임금 앞에 앉았소. 임금은 그대를 한참 보다가 말했소. "겁내지 말고 그려라." 그대는 그날 임금의 진짜 모습을 보았소 — 권력자의 얼굴이 아니라, 백성을 걱정하는 한 인간의 얼굴이었소. 그대의 어진은 후일 종묘에 모셔졌소. 서른 즈음, 그대는 한 여인을 만났소. 같은 도화서에서 자수를 가르치던 여인이었소.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가는 동지였고, 사랑이었소. 그대들은 혼인했고, 두 아이를 두었소. 첫째 아이는 그대를 닮아 그림을 좋아했고, 둘째는 어머니를 닮아 자수를 배웠소. 마흔이 되던 해, 그대는 큰 병풍을 의뢰받았소. 임금의 환갑을 위한 십장생도였소. 그대는 일 년을 그 한 작품에 매달렸소. 학, 소나무, 거북, 바위, 사슴, 구름, 물, 산, 불로초, 해 — 그 모든 것이 그대의 붓끝에서 살아났소. 임금은 병풍을 보고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말했소. "그대는 내 평생을 그렸구나." 쉰이 되던 해, 그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소. 화원에게 손이 떨린다는 것은 사형선고와 같았소. 그러나 그대는 멈추지 않았소. 떨리는 손으로 그대는 마지막 작품을 그렸소 — 산수화 한 폭이었소. 그것은 그대가 평생 본 모든 산과 물의 합이었소. 쉰넷의 어느 가을, 그대는 화실에서 마지막 붓을 들었소. 그날 그대는 매화 한 송이를 그렸소. 다 그리지 못한 채 붓을 놓고 잠들었소. 그리고 다시 깨어나지 않았소. 다음 날 화원의 동료들이 그대를 발견했을 때, 미완의 매화는 마치 살아 있는 듯 종이 위에서 피어 있었소. 그대의 그림은 후일 박물관에 모셔졌소. 그대의 자녀들은 화원의 길을 이어갔고, 그 후손 중 한 명은 조선 후기의 명화원이 되었소. 그대는 떠났으나, 그대의 붓은 다음 세대로, 또 다음 세대로 이어졌소. 붓끝에 영혼이 깃든다 — 그것이 그대의 평생이었소. 한 점의 그림 속에 한 사람의 마음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그대는 평생을 통해 증명했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