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이야기
그대는 신라 헌덕왕 15년, 청해진 근처의 한 평민 가문에서 태어났소. 그대의 진짜 이름은 궁복이었소. 평민 출신으로 신분이 낮았으나, 그대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소. 키가 컸고, 힘이 셌으며, 무엇보다 마음이 넓었소. 열 살에 그대는 무예를 배우기 시작했소. 활쏘기, 검술, 궁마(弓馬). 그대는 어떤 것이든 한 번 보면 따라했소. 사람들은 그대를 천재라 했으나, 그대는 알았소. 천재가 아니라 그저 더 노력한 것뿐이라고. 그대는 매일 새벽 산을 뛰어다녔고, 매일 밤 활시위를 당겼소. 스물에 그대는 신라를 떠나 당나라로 갔소. 신분이 낮은 신라에서는 출세의 길이 막혀 있었기 때문이오. 당나라의 무령군에 입대했고, 거기서 그대는 곧 두각을 나타냈소. 무령군의 소장(小將)이 되었고, 그곳에서 십 년을 보냈소. 서른이 되던 해, 그대는 당나라 해안에서 끔찍한 광경을 보았소. 신라인들이 노예로 팔리고 있었소. 해적들이 신라 해안을 습격해 사람을 납치한 후, 당나라에 노예로 파는 것이었소. 그대의 가슴이 분노로 끓었소. "내 동족을 짐승처럼 파는 자들을 내 가만두지 않으리라." 서른다섯이 되던 해, 그대는 신라로 돌아왔소. 임금에게 청했소. "청해진에 진을 두어 신라 해안을 지키게 해 주소서." 임금은 그대의 청을 받아들였소. 그대는 청해진의 대사가 되었소. 평민 출신이 그런 자리에 오른 것은 신라 역사에 처음이었소. 마흔이 되던 해, 그대는 청해진에 만 명의 군사를 두었소. 그대의 함대는 동아시아의 바다를 누볐소. 신라, 당, 일본을 잇는 무역의 패자가 되었소. 해적은 사라졌고, 신라인이 노예로 팔리는 일이 멈추었소. 그대는 단순한 무관이 아니었소. 그대는 동아시아 최초의 해상 왕국을 만든 자였소. 마흔다섯이 되던 해, 그대의 명성은 당과 일본에까지 퍼졌소. 당의 사신이 그대에게 절했고, 일본의 승려가 그대의 함대를 타고 당에 갔소. 그대는 신라 사람뿐 아니라 동아시아 모든 사람을 위해 바다를 지켰소. 그대의 마음은 점점 커졌소. 쉰이 되던 해, 그대는 신라 정치에 관여하기 시작했소. 청해진의 힘이 너무 컸기 때문이오. 임금은 그대를 의지했고, 동시에 두려워했소. 그대는 자신의 딸을 왕비로 들이려 했소. 평민의 딸이 왕비가 되는 일은 신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소. 귀족들이 모두 반대했소. 쉰넷이 되던 해, 비극이 일어났소. 신라의 한 귀족이 친구로 위장해 그대에게 접근했소. 그자는 그대와 술을 나눴고, 그날 밤 그대를 암살했소. 그대의 마지막 말은 "내 백성을…내 바다를…"이었소. 그대는 자신의 죽음 직전까지 백성을 생각했소. 그대가 떠난 후, 청해진은 무너졌소. 그대의 부하들은 흩어졌고, 그대가 만든 해상 왕국은 사라졌소. 신라는 그대의 가치를 너무 늦게 알았소. 백 년이 지난 후, 그대는 신라의 영웅으로 다시 평가받았소. 그대의 이름 — 장보고 — 은 동아시아 해상사에 가장 빛나는 이름이 되었소. 그대는 평민에서 영웅이 된 자였고, 신분의 벽을 깨뜨린 자였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동족을 사랑한 자였소. 바다는 나의 길, 정의는 나의 검이다 — 그것이 그대의 평생이었소. 그대의 영혼은 지금도 어느 바다 위에서, 노예로 팔려 가는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를 지키기 위해 달려가고 있을지 모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