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이야기
그대는 현무 — 사방신 중 가장 신비로운 존재였소. 그대는 한 짐승이 아니라 두 짐승이 하나가 된 것이었소. 거북과 뱀이 얽혀 한 신수가 된 것. 그것이 현무였소. 그대는 북방을 다스렸고, 죽음과 재생을 모두 다스렸소. 태초의 시대, 사방신이 정해졌소. 청룡, 백호, 주작, 그리고 현무. 그대는 가장 늦게 모습을 보였소. 다른 사방신들은 한 짐승이었으나, 그대는 두 짐승이었소. 그것은 그대의 신비였소. 거북은 땅의 짐승이었고, 뱀은 변화의 짐승이었소. 둘이 하나가 된 그대는 모든 것의 균형이었소. 만 년 전, 그대는 단군신화의 시작을 보았소.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 그대는 북방에서 그것을 지켜보았소. 그대는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았소. 다만 보았을 뿐이었소. 그것이 사방신의 일이었소. 시대의 시작과 끝을 보는 것. 오천 년 전, 그대는 한반도의 첫 큰 변화를 보았소. 한 부족이 다른 부족을 정복했고, 새 나라가 생겼소. 그대는 그것을 알았으나, 막지 않았소. 사방신은 시대의 흐름을 막지 않았소. 다만 균형을 지켰을 뿐이었소. 이천 년 전, 그대는 처음으로 한 사람 앞에 모습을 보였소. 한 도사가 북방의 산에 백 일 동안 명상을 한 것이오. 그대는 그자에게 모습을 보였소. 그자는 그대를 보고 거의 미쳐버렸소. 거북과 뱀이 얽힌 모습은 사람의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소. 그자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고, 그대에게 절했소. "신비로운 자여, 그대를 보았소이다." 신라 시대, 한 학자가 사방신의 의미를 연구했소. 그자는 청룡, 백호, 주작은 그릴 수 있었으나, 그대는 그릴 수 없었소. 그자는 한 평생을 그 한 가지 그림에 매달렸소. 마침내 그자가 그린 그대는 어느 정도 그대를 닮았다 했소. 그러나 그대의 진짜 모습은 그것보다 훨씬 깊은 것이었소. 고려 시대, 한 무덤에 사방신이 그려졌소. 강서 대묘였소. 그곳에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있었소. 사람들이 그대를 그리려 했소. 그러나 그대를 진짜로 그릴 수 있는 자는 없었소. 다만 한 가까운 모습만 그렸소. 조선 시대, 그대는 가장 슬픈 시대를 보았소. 임진왜란이 끝난 후,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졌소. 옛 신수들을 잊기 시작했소. 그대도 그러했소. 그대는 더 깊이 숨었소. 북방의 가장 깊은 곳에. 천 년이 지나, 한반도가 둘로 갈라졌소. 그대는 그것을 가장 깊이 슬퍼했소. 한 민족이 둘로 갈라지는 것은 균형이 깨지는 것이었소. 그대는 사방신이었기에 그 슬픔을 가장 잘 알았소. 그러나 그대는 사라지지 않았소. 사방신은 영원하기 때문이오. 한 민족이 둘로 갈라져도, 그대는 그곳에 있었소. 균형이 깨졌으나, 언젠가는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것을 그대는 알았소. 그대는 시간을 초월한 존재였소. 한 시대의 시작과 끝을 모두 보는 자. 한 민족의 모든 슬픔과 기쁨을 보는 자. 그것이 그대의 운명이었소. 거북과 뱀이 얽힌 그대의 모습은 우주의 모든 것이었소. 거북은 정적이고, 뱀은 동적이었소. 거북은 끝이고, 뱀은 시작이었소. 그대는 그 모든 것이었소. 모든 것의 균형. 그대의 등에는 우주의 무늬가 있었소. 천년 거북의 등에 새겨진 그것보다 더 깊은 무늬였소. 그것은 모든 시대의 모든 진리가 담긴 것이었소.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다 읽을 수 없었소. 사람의 평생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오. 지금도 그대는 어딘가에 있소. 북방의 가장 깊은 곳에. 한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날, 그대는 다시 모습을 보일 것이오. 그것이 그대의 운명이었소. 거북과 뱀이 하나로 얽힌, 영원의 형상이다 — 그것이 그대였소. 그대는 0.3%의 영혼이오.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깊고 가장 신비로운 영혼. 그대의 영혼은 시간을 초월하여, 한 민족의 모든 시대를 보고 있소. 그대는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