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이야기
그대는 한 마리 까마귀로, 강원도의 한 큰 소나무 위에서 태어났소. 그대의 둥지는 마을이 보이는 산기슭이었고, 그대의 첫 풍경은 마을의 굴뚝 연기와 사람들의 움직임이었소. 까마귀는 다른 새들과 달랐소. 까마귀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살았으나, 사람들은 까마귀를 싫어했소. 한 달이 되었을 때, 그대는 처음으로 날갯짓을 했소. 어미는 그대에게 먹이를 가져왔으나, 곧 그대 스스로 찾으라 했소. 까마귀는 일찍 독립하는 새였소. 두 달이 지나자, 그대는 형제들과 함께 날아다녔소. 석 달이 되었을 때, 그대는 처음으로 사람의 시신을 보았소. 산속에서 한 사냥꾼이 부상을 입고 죽어 있었소. 까마귀들이 그곳에 모였소. 그것이 까마귀의 일이었소. 까마귀는 죽음의 새였소. 사람들이 까마귀를 두려워하는 이유였소. 한 살이 되던 해, 그대는 한 늙은 까마귀를 만났소. 그 까마귀는 마을의 가장 큰 나무 위에 살았고, 백 살이 넘었다 했소. 까마귀는 사람보다 오래 사는 새였소. 그 늙은 까마귀가 그대에게 말했소. "사람들은 우리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의 친구다. 우리는 죽음을 다루기에, 삶의 의미를 안다." 두 살이 되던 해, 그대는 한 무당과 친구가 되었소. 무당은 까마귀를 두려워하지 않았소. 오히려 까마귀를 신령한 새라 했소. 그대는 그 무당의 마당에 자주 갔소. 무당은 그대에게 콩 한 줌을 주었고, 그대는 무당을 위해 멀리서 본 일들을 알려주었소. 까마귀는 사람의 말을 흉내낼 수 있었소. 다섯 살이 되던 해, 그대는 사람의 슬픔을 처음으로 깊이 느꼈소. 한 어머니가 자식을 잃었소. 그 어머니가 자식의 무덤 앞에서 한 달 동안 통곡했소. 그대는 매일 그곳에 가서 그녀를 지켜보았소. 그녀가 잠들 때마다 그녀 곁에 앉았소. 까마귀가 무엇을 할 수 있었으랴. 다만 곁에 있어주는 것뿐이었소. 여덟 살이 되던 해, 그대는 한 큰 전쟁의 현장을 보았소. 임진왜란의 한 전투였소. 시신이 산처럼 쌓였소. 까마귀들이 모였소. 그것은 까마귀에게 풍족한 시간이었으나, 그대는 슬펐소. 까마귀의 일은 죽음을 다루는 것이었으나, 까마귀도 죽음을 슬퍼했소. 열다섯이 되던 해, 그대는 한 짝을 가졌소. 늦은 짝이었소. 까마귀는 일평생 한 짝과 살았소. 그대들은 함께 둥지를 만들었고, 새끼 둘을 두었소. 그대는 그 짝과 함께 모든 것을 했소. 사냥, 수면, 비행. 까마귀의 사랑은 깊었소. 스물이 되던 해, 그대의 짝이 떠났소. 그대는 한 달 동안 울었소. 까마귀의 울음은 까악거리는 소리였으나, 그것은 다른 새의 노래만큼 슬펐소. 마을 사람들은 그대의 울음을 불길하다 했으나, 한 늙은 노인은 알았소. "저 까마귀는 짝을 잃었다." 스물다섯이 되던 해, 그대는 마을에서 가장 늙은 까마귀가 되었소. 한 노인이 그대에게 말했소. "그대는 우리 마을의 역사를 모두 보았소. 내 할아버지의 죽음도, 내 아버지의 죽음도, 그리고 내 죽음도 그대가 보겠지." 그대는 그자의 말을 알아들었고, 그자의 어깨에 한 번 앉았소. 그자는 미소 지었소. 서른이 되던 해, 그대도 늙음을 느꼈소. 그대는 마지막으로 마을을 한 번 보았소. 한 곳에 한 평생을 살았소. 마을의 모든 사람을 보았고, 모든 죽음을 보았고, 모든 슬픔을 보았소. 그것이 그대의 학문이었소. 서른두 살의 어느 가을, 그대는 자기 둥지에서 조용히 떠났소. 늙은 노인이 그대를 발견했소. 그자는 통곡했소. "내 친구가 떠났다." 그자는 그대를 마을 뒷산에 묻었소. 까마귀를 묻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소. 그러나 그자에게 그대는 친구였소. 검은 깃털 속에 우주가 담겨 있다 — 그것이 그대의 평생이었소. 그대는 사람들이 두려워한 새였으나, 사실은 가장 깊이 사람을 본 새였소. 그대의 영혼은 지금도 어느 마을의 큰 나무 위에서, 한 마을의 모든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오.




